핑계로 돈 번 사람은 김건모…게임업계 핑계 그만

부진 원인은 외부에 있지 않다
2019년 11월 05일 16시 01분 05초

최근 게임업계가 부진의 원인을 외부요인으로 돌리고 있는 모양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은 사드 사태 이후 막힌 중국 판호 문제와 주 52시간제다.

 

요 근래 게임업계 CEO들이 가장 강력히 반발하는 것은 '주 52시간제'이다. 300인 이상의 사업장의 노동자는 일주일 노동 시간을 최대 52시간으로 제한하는 것인데, 이를 두고 크래프톤 의장이자 대통령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 위원장인 장병규 의장과 엔씨소프트의 김택진 대표, 한국게임산업협회 강신철 협회장, 한국게임학회 위정현 학회장 등이 정부를 향해 강력히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특히 장병규 의장은 최근 정부에 ‘4차 산업혁명 대정부 권고안’을 제출하면서 내년 1월부터 50인 이상 사업장으로 확대되는 주 52시간제에 강력한 우려를 표했다. 그는 다른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나는 20대 때 2년 동안 주 100시간씩 일했다. 누가 시켜서 한 게 아니라 내 인생을 위해서 한 거다. 스타트업에는 그런 사람들이 꽤 있다. 이런 스타트업에 주 52시간을 적용하는 것은 그야말로 국가가 나서서 개인의 권리를 빼앗는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또 중국을 예로 들며 "중국은 200~300명이 야전침대 놓고 주 2교대, 24시간 개발해 모바일 게임을 만들어낸다. 한국에서 이렇게 하면 불법이니 경쟁이 안 된다. 과연 누구를 위한 52시간제 정책인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택진 대표와 강신철 협회장도 마찬가지로 부정적 견해를 표했다. 김택진 대표는 10월 8일에 진행된 문화체육관광위원회 현장시찰에서 "중국에서는 6개월 내에 새로운 게임이 나오는 반면 우리나라는 생산성이 뒤처져 1년이 되도 어렵다"고 이야기했고 강신철 협회장은 "직원들의 여가도 중요하지만 많은 업체들이 52시간 근무제 도입으로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고 말했다. 게임산업 부진의 원인으로 주 52시간제를 지목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 주 52시간제가 적용되는 업체는 현재 국내 업체 중 손에 꼽을 정도로 적다. 300명 이상의 정직원을 거느린 업체여야 주 52시간제가 적용되기 때문이다. 내년에는 50명 이상으로 확대되기 때문에 그때 스타트업들이 줄줄이 망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지금까지, 그리고 현재에도 직원이 300명이 안 되는 업체들이 소리없이 사라지는 이유는 무엇으로 설명할 것인가.

 


 

주 52시간제보다 더 심각한 것은 양극화다. 중소기업들도 골고루 성장했던 과거와 달리 2017년부터는 대형게임업체 몇몇에 이윤이 쏠리고 있다. 작년 5월 게임샷에서 자체 조사한 결과 3N(넥슨, 엔씨소프트, 넷마블)이 게임업체 전체 영업이익 중 89%를 차지하고 있었고, 이러한 상황은 올해까지도 지속되고 있다. 상위 몇몇 업체들이 시장을 장악하다시피 하면서 중소기업들은 인력난에 허덕이고 있고 자연스레 폐업 수순을 밟고 있다.

 

2018년 대한민국게임백서에 따르면 게임 제작 및 배급업체의 업체당 평균 종사자 현황이 2017년 업체당 평균 종사자 수가 57.8명으로 2016년 38.1명 대비 약 19.7명이 증가했다. 이는 전체 종사자 수가 증가한 반면 대형업체 위주로 인수/합병 등이 이루어지면서 전체 게임 업체 수가 감소한 것이 영향을 미친 것, 즉 쉽게 말하자면 전체 종사자수는 늘었지만 대형업체로 인력이 몰리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 상황에 주 52시간제를 폐지하자는 것은 또 다시 노동자들을 열악한 노동 환경으로 내몰자는 말과 다를 바가 없다. 그때가 되면 또 어떤 폐해가 기다리고 있을지 장병규 협회장이나 김택진 대표, 강신철 협회장은 관심이나 있을까.

 

쓴소리를 더 하자면, 동창생 검사장에게는 100억대 주식을 '선물'로 주는데, 기업이 성장하는데 큰 기여를 한 직원들에게는 이익이 제대로 돌아갔나 묻고 싶다. 장병규 협회장이 '자발적으로 100시간을 근무했던' 시기는 게임업체들이 거둔 이익의 열매가 경영진과 직원들에게 나눠지던 시기였다. 그랬기 때문에 자발적으로 일 할 수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어떠한가. 화장실에 가는 시간, 흡연하는 시간, 차 마시는 시간도 근무 이탈로 철저하게 관리하고 있다. 그야말로 직원들을 하나의 '톱니바퀴'로 보는 셈이다.

 

중국 판호 문제 때문에 국내 업체가 힘들다고 하는데 그것도 사실 핑계다. 판호 발급이 우리나라 게임만 안 된다고 곡소리를 내지만, 실제로는 텐센트나 넷이즈 같은 중국 게임사들도 판호를 발급 받고 있지 못하고 있다. 실제로 2018년 3월과 2019년 3월의 중국 온라인 게임 판호 발급 갯수만 살펴봐도 2018년은 758개, 2019년은 369개로 2분의 1로 줄어들었다. 국내 게임업계의 말만 듣고 한국당 국회의원이 중국대사관 앞에서 벌이는 1인 시위는 그야말로 코메디의 한 장면을 보는 것 같다.

 

최근 중국 업체들이 시장을 혼탁하게 만들고 있지만, 중국 업체 입장에서는 자국 내 판호 발급이 안되는 와중에 허리가 없는 국내 시장의 상황을 틈타 진출하는 것은 어찌보면 자연스럽고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이런 중국 업체들이 내놓은 게임들 중에 어찌보면 어이없는 게임들이 국내 시장에서 흥행을 하고 있다. 이건 또 무슨 상황이란 말인가.

 

결국은 국내 시장의 빈익빈 부익부가 지금의 상황을 만든 셈이다. 머리만 커진 기형적 생태계가 중간 허리를 파먹었고 그러다보니 시장 전체의 경쟁력이 사라졌다. 게다가 중국 게임사의 경우 게임이 성공하면 개발자들에게 어마어마한 인센티브를 제공하면서 열기가 불타오르는데 반해 국내 게임사들은 인센티브를 제공한게 언젠지 까마득 할 정도이다. 일례로 올해 상반기, 엔씨소프트에서는 지난해 회사 영업이익이 늘었는데 성과급이 줄었다며 불만을 토로한 직원들이 대다수였다.

 

이와 같은 처우는 비단 대기업만의 문제가 아니다. 중소기업도 마찬가지다. 이례적으로 좋은 성과를 내면서 주가가 8배 오른 플레이위드 역시 대주주 배불리기로 그쳤다. 장병규 의장이든 김택진 대표든, 김학준 대표든 진정으로 게임업계에 활력을 불어넣고 싶다면 겨냥해야할 것은 정부가, 중국이 아니다. 핑계로 돈 번 사람은 김건모가 유일하듯, 국내 게임업계는 하루빨리 핑계 찾기를 그만두고 내부 경쟁력을 높이는데 혈안이 되어야 한다.​ 

김성태 / mediatec@gameshot.net | 보도자료 desk@gameshot.net




우쭈쭈♡ / 2,639,401 [11.05-06:33]

기사 타이틀 굉장하네요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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