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달 만에 '복합적', 인조이에 무슨 일이?

얼리 액세스의 함정
2025년 05월 31일 22시 18분 37초

'심즈만이 터줏대감인 인생 시뮬레이션 게임 장르에 도전한다!'

 

출시 소식을 알렸을 때부터 큰 기대를 안겼고, 가뭄이었던 장르에 단비가 되어줄 신작으로 많은 기대를 받았다. 크래프톤의 '인조이(inZOI)'의 이야기다.

 

 

 

지난 3월 28일 스팀 얼리 액세스를 통해 출시된 인조이는 당일 액티브 플레이어가 최대 피크 기준 8만 명을 가볍게 돌파하고, 출시 1주일만에 판매량 100만 장을 넘어서면서 인조이가 받는 굉장한 기대감을 입증해보였다. 실사 지향의 뛰어난 그래픽과 게임 내 캐릭터들인 조이의 AI 활용 등으로 지금껏 정체된 장르의 패러다임을 새롭게 제시할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인조이가 받아든 성적표와 시선은 마냥 곱지 않다.

 

출시 2개월이 경과한 5월 31일 오후 시점에 인조이의 스팀 내 평가는 여전히 모든 평가 기준으로는 대체로 긍정적(79%)이지만, 최근 평가 기준이 복합적(58%)으로 구매자 평가 중 거의 절반이 부정적 평가를 내리고 있다.

 

 

 

어째서 두 달만에 이런 반응이 된 것일까? 크게는 두 가지 정도의 이유가 있다고 판단했다.

 

■ 절대적으로 부족한 컨텐츠

 

우선 인조이가 '얼리 액세스'로 미리 출시됐다는 부분에 첫째 이유가 있다고 생각한다. 더 정확하게 단적으로 말하면, 얼리 액세스 초기인 현재의 인조이에는 구매자가 장기적으로 이것저것 해볼만한 게임의 알맹이가 사실상 없는 상황이다.

 

이건 인조이의 액티브 그래프를 보면 느껴지는 부분이기도 한데, 실제 게임의 출시 직후에는 거의 9만 명에 육박할 정도로 액티브 유저가 치솟았지만 이후 하루마다 1만 명에서 2만 명씩 액티브가 빠져나가 4월 5일 경에는 27,000명, 그 후로도 계속 우하향을 하면서 현재는 1500명 내지 1700명 가량의 액티브만을 기록하고 있다.

 


 


스팀의 심즈4 피크 동접자 수를 보면 인조이가 받은 기대의 크기를 가늠할 수 있다

 

실제 노하우를 바탕으로 장르를 독식하고 있는 심즈4의 경우 차트를 살펴보면 출시 후 꾸준히 우상향과 안정화를 반복하는 곡선을 그리고 있다는 것과 비교하니 확실히 차이가 있다.

 

인생 시뮬레이션 자체가 캐릭터 커스터마이즈와 건축 등에 시간을 많이 들이는 편이기는 하지만, 그렇게 만든 건축물이나 캐릭터를 바탕으로 플레이할만한 요소들도 충족되어야 아귀가 맞물리며 굴러가는 장르다. 인조이는 그런 부분에서 약한 모습을 보여준다.

 

이는 완성 이전에 게임을 먼저 출시하고 차차 완성시켜가는 얼리 액세스 시스템의 맹점이기도 하다. 일정을 지키는 게임들도 많지만 프로젝트 좀보이드처럼 정말 지긋지긋하다 싶을 정도로 얼리 액세스를 질질 끄는 경우도 있다. 다만 좀보이드는 얼리 액세스의 폐혜로 지목되더라도 그 재미에 이견이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 첫 단추부터 꼬였다

 

두 번째 이유는 '일정'이다.

 

앞에서 얼리 액세스 출시로 인해 컨텐츠가 거의 없는 상황이라고 이야기했던 것을 보면 알겠지만 얼리 액세스 게임인 인조이의 이상적인 형태는 부지런히 일정을 맞춰가면서 약속된 컨텐츠를 투입하는 것이다.

 

얼리 액세스 게임의 부족한 부분은 이 일정이란 약속에 의해 커버를 받는 셈인데, 2개월 가량의 시간이 흐른 시점에서 인조이 뉴스허브를 바탕으로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 살펴보면 7번의 핫픽스, 업데이트 로드맵과 3차례의 디렉터 편지가 있다. 이 디렉터의 편지 3개 중 2개는 출시 1개월차 얼리 액세스 출시 회고, 그리고 '첫 업데이트 일정 조정'이다.

 

 

 

초기 관심도가 가장 높고, 인생 시뮬레이션 게임에서 장기적으로 큰 영향을 차지하는 모딩 유저들이 모여있던 시기에 부족한 컨텐츠 해소와 모딩 툴 제공에 박차를 가했어야 했다고 본다. 그러나 오히려 첫 번째 정규 업데이트라고 볼 수 있는 5월 업데이트의 일정 연기 소식이 5월 하순인 23일에 게시되면서 민심이 끓어오르기 시작한 것.

 

해당 소식에서는 5월 말 예정된 모딩 시스템을 포함한 업데이트가 6월 중순으로 연기된다는 이야기와 모드킷에 대한 이야기들이 담겨있다.

 


연기 사유는 완성도 부족으로 보인다

 

그간 컨텐츠 부족에도 얼리 액세스 게임이라는 것을 감안하고 구매했던 게이머들은 가장 첫 일정인 정규 업데이트부터 일정을 지키지 못해 연기되자 실망한 기색을 내비쳤다. 첫 번째 약속이라 볼 수 있는 일정이 밀린 것도 문제지만 인조이의 빈 속을 달래줄 수 있을만한 모드킷이 함께 연기되자 더욱 아쉬운 소리가 나오게 되는 것이기도 하다.

 

첫 단추가 제대로 꿰어지지 않으면서 신뢰에 금이 간 것이다.

 

■ 신뢰회복과 일정준수는 기본

 

물론 모든 이용자가 이번 지연에 대한 아쉬움을 성토하는 것은 아니다. 해당 연기 소식의 토론 댓글에는 얼리 액세스이니 이해하고 넘어가는 모습도 보이고, 앞으로의 완성도에 기대하며 요구사항들을 건의하는 댓글도 많이 볼 수 있다. 지금 크게 비판 받는 것 또한 기본 컨텐츠가 부족한 상황에서 첫 번째 약속이 깨지며 생긴 불신이 큰 편이다.

 

아직 기회는 있다고 본다. 인조이는 아직 출시 후 컨텐츠를 채워나가는 초반이니 민심을 회복할 가능성, 그리고 컨텐츠가 새로 추가될 때마다 다시 유저들이 연어처럼 돌아와 추가된 부분을 즐길 가능성이 여전히 남아있다. 게임이 완성됐을 때 결과물에 따라 다시 흥행에 성공하면서 인생 시뮬레이션 장르의 또 다른 거두로 성장할 수도 있다.

 


완성만 잘 되면 정말 기대가 되는 신작인데

 

하지만 지금 당장은 더는 예정된 일정이 밀리지 않도록 약속을 준수하는 것, 첫 단추부터 틀어져버린 게이머들과의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특히 컨텐츠의 빠른 공급은 신뢰회복에도 영향이 있다는 것을 스팀 평가란만 봐도 알 수 있다. 5월에 들어서면서 점차 긍정 평가와 부정 평가의 비율이 비슷해졌는데, 초기부터 지금까지 공통적인 부정평가 요인은 '컨텐츠가 너무 부족하다', '지금은 아직인 것 같다' 같은 내용이 지배적이다.

 

크래프톤은 지난 1분기 컨퍼런스 콜에서 인조이의 액티브 유저 수가 급감하는 부분에 대해 "장르 특성상 접속 지표는 중요도가 낮고, 업데이트가 있을 때마다 성과를 보는 것이 맞다"고 답한 바 있다.

 

그들도 알고 있으니, 인조이가 앞으로의 일정과 컨텐츠 추가를 준수하며 신뢰를 회복하면서 이 도전의 성공적 결실을 맺을 수 있을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 

 


 

조건희 / desk@gameshot.net | 보도자료 desk@gameshot.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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