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RPG에 속도감을 더한 로그라이크, '데이 오브 더 쉘'

타격감 좋은 전투와 불편한 적의 만남
2025년 09월 05일 09시 29분 08초

에이치투 인터랙티브는 개발사 듀퍼 게임즈에서 개발한 전술 로그라이크 신작 '데이 오브 더 쉘(Day of the Shell)'을 PS4 및 PS5 플랫폼에서 한국어판으로 선보였다.

 

이제는 정말 많은 게임들이 도입해 마치 오랜 이웃으로 지낸 옆집 아저씨와 같은 친숙함을 주는 로그라이크 시스템은 정통파 로그라이크 방식을 따르는 게임들 외에도 그 전통적인 익숙함에서 오는 매너리즘을 타파하기 위해 여러가지 방법으로 게임에 도입되는 경우를 많이 볼 수 있다. 데이 오브 더 쉘의 경우 방식 자체는 정석적 로그라이크 방식을 최대한 따라가지만 장르적인 부분에서는 SRPG와 접목시킨 타이틀이라 할 수 있다.

 

플레이어는 신의 대분노로 사실상 멸망을 맞이한 인류의 마지막 희망으로, 신의 분노 가운데 몇 개만 남은 외딴 섬들을 돌파하며 재앙을 내린 신에게 도전하고 섬의 심장부로 향하는 모험을 하게 된다. 본 리뷰의 경우 PS5에서의 플레이를 바탕으로 작성됐다.

 

 

 

■ 빠른 진행이 장르 거부감 허문다

 

전술 로그라이크라고 표방하는 게임 답게, 데이 오브 더 쉘의 기본 틀은 SRPG와 같은 느낌을 선사한다. 플레이어나 스테이지 내의 적들은 턴에 따라 행동할 수 있으며 칸으로 구분된 필드를 이동하면서 전투를 진행하는 등 전형적인 SRPG 감성의 기반을 깔아두고 있다. 하지만 지루하게 받아들여지기 쉬운 SRPG 장르의 벽을 허무는 진행 방식을 채택한 부분에서 의외의 인상을 심어준다.

 

예를 들어 보편적인 SRPG에서의 규칙이라면 아군이나 적 모두 한 번의 사이클을 돌아서 1턴이 지나간다면, 데이 오브 더 쉘의 진행 방식은 한 번 행동을 할 때마다 모두의 1턴이 지나는 방식이라 사실상 SRPG와 같은 구색을 갖추고 진행되는 실시간 전투에 가깝다. SRPG에서 자칫 느낄 수 있는 지루함을 최대한 배제하면서도 전략성과 속도감을 챙기는 방향성을 취한 것이라 생각한다.

 

아예 한 번의 행동에서 모두의 시간이 흐르는 방식이 되니, 차분하게 생각하며 진행할 게이머는 여전히 게임을 차분하게 진행해도 무방하고 반대로 그냥 가볍게 생각하고 빠르게 행동으로 넘어가 속도감 있는 플레이를 즐기고 싶은 게이머들의 니즈 또한 충족할 수 있는 진행 방식이 장르 자체의 거부감을 줄이는 효과를 가져온다.

 


 


로그라이크 특유의 영구강화요소도 존재한다

 

 

 

■ 무기의 개성이 아쉬운데?

 

게임의 속도감을 턴 진행 방식 변형으로 개선해 장르적 기피감은 어느 정도 해결했다고 생각한다. SRPG를 생각하면 흔히 떠오르는 그런 느린 진행은 보기 힘든 편이다. 여기에 캐릭터가 공격할 때와 방어할 때 엄폐물이나 공격 각도에 따라 명중률과 피해가 달라지는 점이나 플레이하면서 얻을 수 있는 업그레이드 및 능력, 성물 등을 어떻게 빌드업하는가에 따라 플레이 스타일이 변하는 부분도 꽤 마음에 든다.

 

다만 플레이어가 선택할 수 있는 세 가지 무기 유형에 따른 개성이 조금 아쉬운 편이다. 플레이를 위해 거점이 되는 섬에서 정비를 마치고 나면 산탄총, 석궁, 리볼버까지 세 가지 무기를 고를 수 있는데 막상 사용감에서 큰 차이를 보이는 무기가 산탄총 정도여서 특히 초반에 무기를 고르는 맛이 좀 아쉽다.

 

어떤 무기를 사용하느냐에 따라 빌드를 특화시키거나 보완하는 방식으로 각 회차의 플레이를 진행하도록 유도하는 느낌인데 이 때 각 무기의 기본 특징을 바탕으로 짜내는 맛은 조금 부족하게 느껴졌다. 대신 플레이하면서 새롭게 나타나는 성물 등을 능력과 조합해서 빌드를 맞춰나가는 부분은 로그라이크 특유의 맛을 즐길 수 있었다. 단, 이 또한 구분이 너무 확실한 편이라 빌드의 고착화가 생각보다 빨리 온다는 느낌을 준다.

 


 


빌드를 짜는 재미 또한 정석적이다
 

 

 

■ 할만하나 적의 공격이 과할지도

 

데이 오브 더 쉘은 할만한 신작 전술 로그라이크 게임이다. 앞에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SRPG 같은 느낌을 주긴 하지만 실제로는 턴 기반의 플레이임에도 마치 실시간으로 공격을 주고받는 것 같은 기분을 느끼게 한다. 꽤 독특한 방식으로 원거리에서 교전하며 무작위로 제시되는 보상을 활용한 빌드를 짜내는 것은 정말 정석적인 로그라이크 진행 방식이라고 생각한다.

 

초반 플레이부터 적들의 공격이 상당히 과하지 않나 싶은 느낌을 받을 수 있다. 당장 극초반부터 펼쳐지는 이 게임의 전투 양상은 다수의 적과 한 명의 플레이어 캐릭터가 전투를 벌이는 구도인데, 이 적 중에 포격형 적들이 다수 섞여있다.

 

적들은 플레이어와 달리 일정 턴 수가 지나면 행동하나, 이런 적들의 조합에 따라 몇 턴 내내 포격 범위를 피하고 한 번 정도 공격한 뒤 다시 바닥 피하기를 쓰러뜨릴 때가지 반복하는 경향이 많다. 첫 번째 보스전에서 이런 점이 더욱 부각되는데, 이런 방식의 전투가 플레이어에게 공략의 재미보다는 불합리함을 느끼게 하는 요소가 될 수 있다.

 

딱 잘라 말해 취향에서 크게 빗나가지만 않는다면 할만한 로그라이크 게임은 맞다. 다만 할만한 게임에서 그 위의 평가로 도약할만한 훅이 부족한 느낌을 받았다. 그래도 더 위의 평가를 내리기엔 조금 아쉽다는 것이지, 딱 무난한 로그라이크 신작이다. 여담으로, 개인적 감상 하나를 더 얹자면 적과의 교전에서 발생하는 사운드나 오브젝트 파괴, 피격음 등이 꽤 괜찮은 타격감을 선사한다는 점은 의외로 마음에 들었다.​ 

 


 


 


 

조건희 / desk@gameshot.net | 보도자료 desk@gameshot.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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