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AGF' 웃고, '지스타'는 주춤했을까?

국내 최대 행사들의 희비교차
2025년 12월 08일 08시 47분 07초

'지스타'는 매력을 잃어가고, 'AGF'는 매력적인 선택지로 대두되는 분위기가 점차 굳어가는 추세다.

 

서브컬처 팬을 위한 국내 최대 서브컬처 행사 Anime x Game Festival, 줄여서 AGF 2025는 지난 5일부터 7일까지 3일 동안의 여정을 마무리지었다. AGF 조직위는 앞서 금번 AGF 2025의 방문객이 10만을 돌파할 전망을 밝힌 바 있다.

 

 

 

2022년부터 약 47,000명, 65,000명, 72,000명이 방문했던 AGF는 올해로 10만 명의 관객을 내다볼 만큼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성장세에 힘입어 올해는 처음으로 행사 기간도 2일에서 3일로 늘렸다.

 

반면, 지스타 2025는 전년대비 체감 관객 수가 줄어들었다는 이야기도 흘러나왔고, 실제 최종 관객 추산치도 전년보다 12,000명 가량 줄었다. 총 부스 규모의 경우 B2C, B2B관을 통틀어 역대 최대 규모를 경신했던 전년대비 감소했다. 야외부스는 수가 적은 만큼 줄어든 것이 눈에 띄다 보니 감소세 체감이 컸다.

 

 

 

주요 게임사 동향에도 변화가 있었다. 올해 지스타에는 넥슨을 비롯해 펄어비스와 카카오게임즈와 같은 국내 주요 게임사들이 불참했다. 하지만 이들 중 넥슨이나 지스타에 참가했던 규모 있는 게임사들은 AGF에도 참가해 관객들과 만나는 시간을 가졌다.

 

성장가도에 오르며 게임의 비중이 전년도보다 더욱 커진 AGF 2025, 여전히 큰 규모이지만 올해 게임사와 관객들로부터 외면 받은 지스타 2025. 어느 부분이 달랐을까?

 

■ 접근성의 차이

 

먼저 일반 관람객들이 주로 이용하는 대중교통 사정으로 인해 실제 체감되는 접근성의 차이가 있었다.

 

오랜 명맥을 이어오던 지스타는 부산 벡스코에서 오랜 기간 국내 최대 게임쇼 입지를 다졌다. KTX를 통해 수도권에서도 지스타가 개최되는 부산을 빠르게 방문할 수는 있으나 2시간 이상이 소요되며 일단 도착한 뒤 다시 벡스코로 가는 교통편을 구해야 했다.

 

AGF가 열리는 일산 킨텍스의 경우 올해 초부터 GTX-A가 개통되며 피부에 와닿을 정도로 접근성이 좋아졌다. 대화역에서 다시 킨텍스를 향해 갈 필요 없이 서울역에서 GTX-A로 환승해 약 17분 만에 킨텍스와 엎어지면 코 닿을 거리로 도착한다. 물리적 거리 차이를 감안하더라도 대중교통 편의성에서 AGF가 앞선다. 서브컬처 게임에 한해서 더 편리하고 좋은 선택지가 생긴 셈이다.

 

비록 지난해부터 답보하고는 있지만 GTX-C 사업도 완공된다면 서울과 경기권역을 전부 커버하며 킨텍스의 지리점 이점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GTX-A 킨텍스역에서 내리면 걸어서 금방 행사장에 도착한다

 

■ 관객이 참여하는 AGF, 시연 중심의 지스타

 

행사의 성격도 차이가 있다.

 

지스타는 주로 시연 중심의 전시회로 전통을 이어온 행사다. 때문에 현장을 방문해보면 인플루언서 이벤트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부스가 신작 게임의 시연대를 마련해둔다. 관객들은 대기 후 전시된 시연대를 통해 신작을 시연해보고 미리 봐뒀거나 관심이 생긴 부스에 줄을 서서 다음 시연을 기다린다. 이 흐름이 주를 이룬다.

 

 

 

AGF는 서브컬처 팬덤을 겨냥한 서브컬처 행사다. 생각만큼 잘 되지 않은 부분도 있겠지만 올해 부스만 둘러봐도 관객들이 수 분 이내로 직접 참여하는 형태의 이벤트 등으로 회전율을 높이는 한편 한정 굿즈 스토어, 코스프레 등 감상이나 직접 참여가 가능한 영역의 컨텐츠를 많이 준비해 어느 부스를 가도 조금씩 색다른 느낌을 줬다.

 

서브컬처 팬들이 좋아할만한 이벤트들을 부스에서 진행하고, 팬들이 좋아할만한 굿즈를 손에 넣을 기회를 제공하고, 미니게임이나 추첨, 부스별 무대 행사에 참여하는 것으로 여러 가지 상을 받을 수 있는 참여형 컨텐츠들이 주를 이뤄 팬들을 위한 축제의 성향이 짙게 느껴진다. 굿즈를 비롯한 부스 선물들도 상당히 서브컬처 팬덤의 마음을 간질이는 상품들로 구성된다.

 

직접 참여하고 즐길 수 있으며 양손에 한아름 보상도 손에 넣을 수 있는데 부스마다 성격이 조금씩 다르기까지 하니 이 부스는 어떤 식으로 즐길 수 있을지 기대감도 생긴다.

 


 

 

 


 


전통적 게임 쇼케이스부터 여러 컨텐츠로 부스를 구성했다

 

특히 올해 AGF는 서브컬처 게임 부스의 비중이 상당히 높아졌다. 메인 스폰서를 맡은 스마일게이트의 부스는 물론이고, 그리프라인의 명일방주:엔드필드나 시프트업의 승리의 여신:니케, 페이트:그랜드오더, 미래시, 크레센트 등이 기존 출시작이나 출시예정작을 가리지 않고 게임 관련으로만 약 27개 부스가 참가했다.

 

서브컬처 게임 부스를 출품하는 게임사들의 입장으로 생각해봐도 핀포인트로 자신의 잠재 고객 혹은 현재의 고객들이 모이는 최대 규모의 서브컬처 행사를 놓치기엔 아깝다. 서브컬처 팬덤 특유의 애착이나 높은 몰입감, 충성도를 고려한다면 AGF를 통해 눈도장을 찍는 것은 단순 해당 컨텐츠만이 아닌 주변 컨텐츠까지 소비하는 서브컬처 팬덤 특유의 성향상 게임에 좋은 결과로 이어질 가능성 또한 높다.

 

 


■ 서브컬처 게임 한해선 더 좋은 대안, AGF

 

사실 서두에서 지스타가 외면받기 시작했다는 말은 엄밀히 따지면 조금 어폐가 있을 수 있다. 올해 규모가 줄고 관객이 줄기도 했지만 해외 게임사들이 참가한 지스타는 구성 면에서 좋은 평을 받았다는 분석도 있다.

 

지난 11월 초 대한민국 콘솔게임 개발자 컨퍼런스에 방문한 전 소니 인터렉티브 엔터테인먼트 대표 요시다 슈헤이 또한 "최근 한국 게임이 글로벌 시장에서 주목도가 높다. 얼마 전까지는 지스타에 방문할 필요를 느끼지 못했는데 최근엔 달라졌다"는 취지의 발언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서브컬처 게임에 한해서는 틀린 말은 아니다. 그간 지스타가 독보적인 위치와 메리트를 점하고 있었지만 일각에 '더 좋은 대안'이 생긴 것이다. 지스타로서는 그럼에도 지스타에 갈만한 무언가를 제시해야 한다. 실제로 AGF 2025에서는 서브컬처 게임 부스가 상당히 많은 비중을 차지했고, 국내 게임사들 또한 '지스타 대신 AGF'라는 카드를 만지작거리는 모습을 보였다.

 

성장하고 있는 AGF 역시 앞으로의 미래성장동력을 위해 고유한 색채를 지켜나가야 한다고 본다.

 

AGF는 지금까지 쭉 서브컬처 팬덤이란 한 집단에게 정조준을 하는 서브컬처 행사다. 이 서브컬처 행사라는 강한 색채가 옅어지기 시작하면 성장세에 타격을 입을 가능성도 있다. 서브컬처에 한해서는 국내 최대 게임쇼인 지스타 대비 장기적 성장 가능성도 높게 점쳐지는 편이다.

 

올해 서브컬처 게임의 부스들이 많이 자리했고 그 비중도 컸지만 그런 게임사들도 서브컬처 행사라는 부분에 무게를 뒀다. AGF의 성장 가능성, 서브컬처 팬덤의 충성도와 구매력만을 보고 종합게임의 성향을 섞으려들면 오히려 매력은 떨어진다.

 

AGF가 각광 받으며 커가는 것은 즐길거리와 이곳에서만 얻을 수 있는 것이 많은, 애니메이션과 게임을 다루는 '서브컬처' 행사라서이지 서브컬처 '게임' 행사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조건희 / desk@gameshot.net | 보도자료 desk@gameshot.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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