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팰월드' 흥행, 가려운 곳 긁어주며 재미 선사해 가능하지 않았나

도의적 문제는 피하기 어렵지만
2024년 02월 16일 21시 49분 33초

일본의 게임 개발사 포켓페어가 지난 1월 19일 선보인 '팰월드'는 순식간에 스팀 생태계를 휘젓는 히트작이 되어 수많은 게이머들의 눈길을 휘어잡았다.

 

이 얼리액세스 신작 팰월드가 세운 기록은 꽤나 놀라운 경지에 이르렀다. 출시 첫 날인 19일 얼리액세스 개시 후 단 8시간만에 누적 판매량 100만 장 돌파는 물론 스팀 플랫폼 동시 접속자 수는 37만 명을 기록했고, 아주 빠른 기세로 동시 접속자는 129만 1000여 명에 판매량은 400, 500만을 넘어섰다. 얼리액세스 시작 후 약 1개월이 경과한 2월 16일 기준으로도 스팀의 현재 최고 인기 게임 수익 순 1위를 4주째 유지하고 있으며 일일 동시 접속자 수도 아직 최대 50만 1000여 명을 넘겼다. 감소도 빠르게 느껴지겠지만 이는 얼리액세스 컨텐츠 특성상 지속적으로 즐길만한 요소의 부재가 원인인 것으로 판단된다.

 

 

 

팰월드의 인기 요인은 복합적인 요소가 엮여들어갔다고 생각된다. 우선 '주목도'다. 후자에 가깝겠지만 얼리액세스를 시작하기보다 훨씬 전, 처음 팰월드의 트레일러가 공개된 시점에선 좋은 의미로든 나쁜 의미로든 소위 말하는 게이머들의 어그로를 한껏 끌어댔다. 글로벌 IP 경쟁력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장기 흥행작 포켓몬스터의 디자인이나 시스템과 흡사한 부분들이 굉장히 많았기 때문이다. 물론 이런 컨닝페이퍼식 게임들이 상당히 많은 것도 사실이나 이처럼 당돌하게 들이받는 신작은 많지 않았다. 지금도 팰월드를 재미있게 플레이하고 있는 게이머들 사이에도 디자인적으로 특징들이 상당히 유사한 특정 팰들은 어느 정도 인정하고 들어가는 분위기다.

 

이렇게 첫 공개 트레일러로 게이머들의 주목도를 불러모은 팰월드는 이후 한동안 잠잠했다. 본인 또한 해당 트레일러를 처음 본 직후 '이렇게 당돌할 정도로 컨닝페이퍼를 작성한 게임이 또 다시 나올 생각인가보다'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추가로 들어오는 소식들이 거의 전무하다 싶었을 정도였기에 자연스레 기억 한 켠에 밀어넣고 잊고 있었다. 얼리액세스로 지난 1월 모두에게 첫 선을 보이기 직전까지 말이다. 잠깐 잊혀졌더라도 이 게임의 근본적인 유사성들은 게이머들의 눈길을 끌기에 너무나 좋았다.

 

 

 

다음으로는 원전으로 추정되는 시스템을 잘 섞었다는 점이다. 일단 팰월드는 서바이벌 크래프팅 장르에 속하기는 하지만 종종 반 농담, 반 진담으로 언급되는 포켓몬스터, 아크:서바이벌, 젤다의 전설이 가진 특징들을 상당히 비슷하게 채용하고 있다. 독특한 생명체인 팰들을 팰 스피어라는 구체 형태의 도구를 제작해 던져서 확률적으로 포획할 수 있으며 이들은 성격, 특성, 성장이나 아이템을 통해 배우는 기술을 가지고 있다. 포켓몬스터나 여신전생 시리즈, 드래곤 퀘스트 몬스터즈 시리즈, 페르소나 시리즈 등에서 비슷한 시스템들을 볼 수 있는데 가장 부합하는 쪽은 포켓몬스터의 포획 및 육성, 성격과 특성이다. 여기에 추가로 서바이벌 크래프팅 장르의 요소에 맞춘 파트너 스킬이나 작업 및 전투 관련 특성들이 들어가 팰월드 나름의 개성으로 탑재됐다. 플레이어는 이런 팰들과 함께 싸우고, 채집을 하거나 거점 방어 및 작업을 함께하는 것이 가능하다. 이외에도 제작 시스템이나 UI는 아크:서바이벌, 기력, 글라이더, 연출 등은 젤다의 전설:야생의 숨결 이후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느껴졌다. 

 

또한 의외성이 게이머들 입장에서는 가려운 곳을 긁어준 느낌이었을 것이다. 일단 팰월드의 시스템은 상당히 엉뚱하면서도 앞서 언급했던 게임을 의식하면 상당히 눈이 크게 뜨일만한 시스템들이 추가됐다. 예를 들어 플레이어는 단순히 팰만 포획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게임 내에 등장하는 적대적, 혹은 우호적인 관계와 무관하게 포획하는 것이 가능하다. 현재 빌드에서는 그렇게까지 인간을 포획하는 것이 메리트가 없다시피하지만 일단 포획 후 팰 취급이 되어 이들의 정보를 확인하면 인간을 포획하는 것은 금지되어 있다는 텍스트를 넣어 의도된 사양이라는 것을 알린다.

 


 


 

 

 

이런 황당한 포획 범위에 더해 전체이용가급 전개로 많은 세대의 팬들을 공략하는 포켓몬스터와 달리 꽤 딥한 설정들도 가감없이 집어넣어 게이머들이 포켓몬스터와 같은 게임들을 플레이하며 가졌던 궁금증을 시원하게 긁어낸다. 가령, 포획한 팰을 쓰다듬는 버튼이 푸주칼을 장착한 상태에서는 도축하기로 변경되어 해당 팰을 도축하고 소재를 얻을 수 있다던가, 팰과 함께 싸우는 것만이 아니라 종류에 따라 탑승하거나 자폭시키는 폭탄, 폭발탄, 화염방사기처럼 무기로 사용할 수도 있는데다 심지어 아예 무기를 사용하는 팰까지 존재한다. 노동법을 걱정할 필요 없이 작업장처럼 거점을 꾸려 팰들이 일하게 만들 수도 있다. 한 번 쯤은 상상해봤을 일들이 팰월드에서는 시스템으로 도입되어 있는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냥 재미있다'는 점을 인기의 요인에서 빼놓을 수 없다. 재미없기 어려운 소재들을 활용한 것도 사실이지만 이를 먹을만하게 버무려내는 것은 또 다른 문제다. 장르가 입에 맞기만 한다면 몇 시간씩 시간이 쑥쑥 지나가있는 것을 느낄 수 있는 몰입감을 제공한다. 전반적으로 서바이벌 장르 특유의 재료 수집과 제작에 더해 게임 전반에 함께하는 다양한 가짓수의 팰을 수집하는 것, 던전이나 밀렵단의 간부들이 위치한 탑 보스전 등 이것저것 해볼만한 것들이 많다. 플레이어는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전형적인 '이것만 하고 끄자'를 반복하게 되는 타이틀이다. 온라인 멀티플레이를 통해서 함께 즐기면 그 재미가 더욱 배가 되고 말이다.

 

시작은 확실한 어그로, 제작 단계에서는 소재를 잘 섞어낸 것, 그리고 얼리액세스 출시 단계에서는 무엇보다도 재미와 게이머들의 니즈를 화끈하게 충족시켰다는 점이 포켓페어 사상 최대 규모의 흥행을 이끌어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아직 마냥 완벽한 게임이라고는 하기 어렵다. 당장 이 문제를 피할 수 없는 게임이 팰월드만은 아니지만 비판적인 시각으로 바라보는 게이머 측에서는 어찌됐든 팰월드 또한 도의적인 문제에서 지탄 받을 부분이 있다고 지적하며 종종 입방아에 오르내리기도 하고, 닌텐도나 포켓몬 컴퍼니 또한 공식적인 문제제기는 하지 않았지만 팰월드 내에 적용 가능하다고 영상이 게시됐던 포켓몬 모드의 빠른 게시 중단 등 직접적인 IP 침해 관련 대응은 하고 있는 것으로 추측되고 있기도 하다.

 

게임 내적으로는 아직 빈발하는 버그나 아직은 부족하게 느껴지는 엔드컨텐츠, 그리고 시스템적 한계 등으로 아직 다듬어야 할 앞서해보기 게임의 특징들을 뚜렷하게 보여주고 있다. 온라인 멀티플레이의 경우도 거점을 관리하는 경우가 잦은 플레이어는 전투와 포획 위주로 플레이하며 함께 즐기는 다른 플레이어들을 따라잡기가 점점 힘들어져 큰 격차가 벌어지는 등 보완이 필요하게 느껴지는 부분들이 있다. 할만한 모든 것을 끝낸 게이머들은 주로 레벨의 확장이나 컨텐츠, 추가 팰의 등장 등을 요청하고 있다. 거점 관련으로도 지형 자유도나 이전 시 편의성 등에 대한 요구들이 꾸준히 지속되고 있다.

 

개발사 포켓페어는 팰월드 이전에도 오버던전, 크래프토피아, AI:아트 임포스터, 네버 그레이브:더 위치 앤 더 커스 등의 게임들을 선보인 바 있지만 이 리스트 중 대부분의 타이틀이 얼리액세스를 벗어나지 못한 채 어영부영 후속지원을 하거나 잊혀져가 해당 게임을 플레이했던 게이머들에게는 좋지 않은 기억을 심어주기도 했다. 팰월드가 역대급 히트를 쳤기 때문에 후속지원이 꾸준히 이루어질 것이라는 기대가 있다.

 

포켓페어의 미조베 타쿠로 대표는 지난 2일 팰월드의 서버 유지비용을 SNS X를 통해 공개하기도 해 화제가 됐다. 서버 유지를 위해 필요한 비용은 약 7000만엔으로 약 한화 6억 3600만 원 이상이 투입되어야 하는 것. 이런 상황을 거대 자본 투입이 힘든 규모의 기업인 포켓페어가 어떻게 돌파할 것인지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마이크로소프트가 팰월드와 포켓페어 인수를 검토한다는 포브스 발 소식이 전해지기도 하면서 신년 초부터 게이머들의 사랑을 받은 팰월드의 향방이 주목받고 있다.

 


"어라, 혹시 서버비용 때문에 파산하는 거 아냐?"

조건희 / desk@gameshot.net | 보도자료 desk@gameshot.net




병사 / 754,147 [02.20-10:50]

익숙한 맛인데 어울리는 맛을 잘 합쳤다라고도 말하고 싶네요.


파워포토 / 1,088,820 [03.09-11:46]

포켓몬 캐릭터들이랑 비슷하기도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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