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생명e스포츠는 23시즌 ‘제카’와 ‘바이퍼’라는 최상급 선수들을 영입했음에도 ‘클리드’의 부진과 함께 SNS에서의 성 희롱 발언이 터지면서 2군에서 긴급 수혈한 ‘그리즐리’로 정글러를 대체했다. 결과적으로 롤드컵에도 가지 못하는 상황이 이어졌다.
결국 24시즌에는 한 층 더 자본력을 투입, FA로 풀린 젠지 3인방을 영입하며 슈퍼 팀을 만드는데 성공했다.
선수단 면면으로는 솔직히 1황급이라고 생각됐다
하지만 생각 외로 성적이 나와주지는 못했다. 스프링 시즌에는 3위에 그쳤으며 서머 시즌 초반 역시 기대한 만큼의 성적이 나오지 않았다. 그러나 쌍포 메타가 본격적으로 가동되면서 팀 전력이 급상승했고, 젠지 역시 결승전에서 어느 정도 자멸하며 팀 리브랜딩 이후 최초의 LCK 우승을 만들어 냈다.
실제 LOL 유저들이 거의 보지 않는 종이 신문에 우승 광고를 게재하는 등 유저보다는 외부의 허세에 더 신경 쓰는 모습을 보여주는 등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결국 롤드컵에서는 쌍포 메타가 저물며 다소 평범한 팀이 됐고, 젠지와의 리매치에서도 패했다.
여기에 같은 1번 시드 대결인 BLG와의 경기에서도 패하면서 LCK 1번 시드 팀이 8강전에서 떨어지는 결과가 나왔다. 2번 시드 젠지가 4강, 4번 시드 T1이 롤드컵 우승을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매우 실망스러운 경기력이었다.
- 제우스를 영입하며 로스터를 완성하다
24시즌 스토브 리그에서는 상대적으로 경기력이 떨어졌던 탑 라인의 변경에 힘을 썼다. 당초 예상으로는 ‘기인’이 유력했지만 결국 ‘제우스’를 영입하며 슈퍼 팀의 라인업을 구축했다.
제우스가 한화생명e스포츠로 선회한 것이 조금 뜻밖이기는 했다 (사진출처: 한화생명e스포츠 SNS)
물론 한화생명e스포츠의 팀 스타일 상 제우스보다는 기인이 더 ‘몸에 잘 맞는 옷’으로 보여졌기에 현재 상황에서 기인이 왔다면 더 좋았을 것 같기는 하다.
팀 자체가 풍부한 모기업의 지원을 받는 머니 파워의 힘이 강력했기에 사실 누가 올 지가 문제이지 ‘도란’의 변경은 충분히 예상됐던 부분이다. 다만 누구나 계약 기간이 끝난 ‘최인규’ 감독의 교체를 예상했지만 결국 재계약을 이루어 내면서 미묘한 기류가 퍼지기 시작했다.
물론 ‘신동욱’ 코치 및 22시즌 DRX 코치들을 영입한 부분은 긍정적이지만 사실상 23시즌 및 24 시즌 내내 마치 고구마를 먹은 듯 답답한 운영과 최상급 선수들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던 최인규 감독의 재계약이 과연 어떤 결과를 맞게 될 지 궁금하기도 하다.
- 감독의 재신임, 과연 득이 될까 독이 될까
도란에서 제우스로 탑이 변화된 만큼이나 팀 로스터 자체는 상당히 강력해졌다. 특히나 비원딜도 웃으면서 ‘잘 해버리는’ 바이퍼의 존재는 피어리스 밴픽 시스템 상에서 상당한 강점이 된다는 것도 분명하다.
한화생명e스포츠의 단점이라 할 수 있는 메타 해석이 느리다는 부분 역시 새로운 코치진을 영입하면서 어느 정도 보완을 했다. 하지만 앞서 언급했듯이 지난 2년간 크게 좋은 모습을 보이지 못했던 최인규 감독의 재계약은 분명 긍정적인 부분보다는 부정적인 부분이 많아 보인다.
실제로 24시즌 3강 체제를 형성했던 젠지의 ‘김정수’ 감독이나 T1의 ‘김정균’ 감독에 대한 팬들의 신임은 상당히 높다. 그에 반해 최인규 감독의 재계약은 팀 팬들에게도 ‘왜?’라는 의문이 붙고 있는 상황이다.
무엇보다 24시즌에도 선수들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는데 25시즌에서 갑자기 좋은 모습이 나올 것 같지가 않다는 것이 문제다.
특히나 한화생명e스포츠는 다전제 1세트에서 엄청난 승률를 기록하는 팀이지만(24시즌 5판 3선승제로 펼쳐진 다전제 경기에서 한화생명e스포츠는 단 한번도 패배를 기록한 적이 없다) 그 이후 세트에서 항상 패했다.
실제로 1세트를 승리하고 이후 3세트를 내리 패하는 것이 바로 한화생명e스포츠의 패배 공식이다. 그만큼 패인 분석도 제대로 되지 않았고 전략도 부족했다. 단순히 힘대 힘으로 붙는 1세트는 승리하지만 이후 상대의 조정이 들어가면 무기력한 패배를 기록하게 된다는 말이다.
한화생명e스포츠는 올 시즌 5판 3선승제 경기 1세트에서 한번도 패한 적이 없다
당연한 말이지만 이러한 플레이의 책임은 감독의 지분이 가장 크다. 선수들은 분명 충분한 실력을 보여 줬다. 24 서머 시즌 결승전 역시 젠지가 4,5 세트에서 무리하게 도란을 킬하기 위한 행보를 하지 않았다면 아마도 무난하게 젠지가 3대 1로 승리를 할 수 있는 경기였다.
리브랜딩 이후 처음으로 우승을 기록한 부분을 고려, 한화 기업 특유의 의리를 내세워 재계약을 한 것으로 보이지만 사실상 이미 단점이 충분히 드러난 감독을 다시 쓰는 자체가 시작부터 지고 들어가는 행보로 느껴진다. 선수단 구성은 잘 해 놓고 여기에 큰 족쇄를 달아 놓은 느낌이랄까.
- 25시즌 예상은?
앞서 언급했듯이 한화생명e스포츠는 주어진 상황 하에서 최선의 선수단 라인 업을 구축했다. 물론 100% 만족스럽지는 않지만 이 정도면 충분히 전 세계에서 1,2위를 다툴 만한 수준이고 그만큼 강력한 것이 사실이다.
다만 몇 가지 우려되는 부분은 있다. 첫째는 당연히 감독 유임에 따른 24시즌의 재림 양상을 보이는 것이고 다음은 또 다시 바이퍼가 팀 내에서 방치되는 상황에 놓이게 될 것이라는 부분이다.
사실 바이퍼는 24시즌 팀 내에서 자원을 받아먹는 입장보다는 방치되는 경우가 더 많았다. 상체 3인방의 강력한 지원을 받았던 ‘페이즈’와 비교하면 그 차이가 명확히 드러날 정도다.
제우스는 분명 좋은 선수지만 도란이나 기인처럼 굶으면서 플레이를 하는데 능숙한 선수가 아니다. 이미 한화생명e스포츠는 제카에게 많은 자원을 투자하고 있다.
그나마 도란이 굶는 쪽으로 방향을 선회하면서 한화생명e스포츠의 플레이가 좋아진 측면이 있는데 제우스에게 어느 정도 턴이 돌아가게 될 경우 상대적으로 바이퍼의 활약은 적어질 수밖에 없다. 원딜 최고의 카드가 또 다시 제약에 걸리게 될 가능성이 큰 것이다.
바이퍼는 팀 내에서 많은 지원을 받지 못했다(사진출처: 라이엇 게임즈)
제카 역시 위험 요소다. 분명 제카는 잘 하는 선수이고 실력도 최상위권이다. 다만 쵸비와 마찬가지로 순수한 미드라이너 입장에서의 로밍이나 연계 플레이는 다소 떨어진다. 페이커가 위대한 이유이자, T1의 핵심이 페이커인 이유도 이 때문이다. 페이커는 미드라이너의 교과서적인 모습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챔프 폭이 상당히 좁다는 것도 피어리스 밴픽 시스템 상에서 부정적인 부분이 많다. 심지어 ‘피넛’ 또한 챔프 폭에 문제가 있는 선수다. 상체 쪽에서는 충분히 피어리스 시스템에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만한 부분이 많다.
반면 하체는 앞서 언급했듯이 바이퍼가 워낙 챔프 폭이 넓은 선수이다 보니 긍정적인 측면이 많다. 이 경우 밴픽 자체도 24시즌처럼 상체 위주로 진행이 되고 바이퍼는 설거지를 하는 양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
결론적으로 분명 선수단 자체는 최상위권이지만 이를 조합할 감독 자체의 역량에 의문이 드는 상황이며, 탑과 바텀 중 어느 쪽에 더 힘을 주는가에 따라 다른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 이러한 양상이 긍정적인 방향을 유지한다면 의외의 결과가 나올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면 24시즌과 비슷한 수준에 머무르게 될 것 같다. 만약 팀을 잘 살릴 수 있는 감독을 새로 선임했다면 결과는 충분히 달라졌을 것이다.
현실적으로 팀 자체의 체급이 높은 만큼, 그리고 T1이 제대로 된 팀웍을 구성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한 만큼 시즌 초 중반까지는 2위권을 유지할 것으로 보이지만 이번 시즌에도 리그 우승은 쉽지 않아 보인다.
아울러 롤드컵 또한 현재로서는 긍정적이지 않다. 정규 시즌에서는 젠지를, 그리고 롤드컵에서는 T1을 넘어서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 25시즌에도 전형적인 2인자가 되지 않을까.
김은태 / desk@gameshot.net | 보도자료 desk@gameshot.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