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첫 작품이라고? '클레르 옵스퀴르:33 원정대'

편의성 빼고 다 갖춘 RPG
2025년 04월 30일 04시 25분 41초

예술적인 분위기와 재미를 모두 챙기면서 올해 최고의 게임 반열에 오른 신작이 있다.

 

프랑스 인디 게임 개발사 샌드폴 인터랙티브의 첫 작품인 '클레르 옵스퀴르:33 원정대'는 출시하자마자 메타크리틱 점수 92점을 기록했다. 평론가 평점과 유저 평점이 극과 극을 달리는 케이스도 생각보다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는데, 유저 평점 또한 10점 만점에서 9.7점을 받으며 평단과 게이머 양쪽에게 극찬을 받고 있다.

 

클레르 옵스퀴르:33 원정대는 벨 에포크 시대의 프랑스에서 영감을 받은 아름답고 매력적인 세계와 설정, 실시간 메커니즘을 가미한 턴 RPG 전투 등을 통해 플레이어들에게 신선함을 선사한다.

 

한편 게임 플레이는 PC에서 이루어졌으며 가능한 스포일러 배제를 위해 노력했지만 일부 게임 전개가 노출될 수 있다.

 

 

 

■ 아름답고 잔혹한 세계

 

아마 출시 전부터 트레일러를 본 적이 있다면 클레르 옵스퀴르:33 원정대의 매력적인 비주얼 퀄리티가 뇌리에 남았을 것이라 생각된다. 프랑스 벨 에포크 시대의 영향을 받은 디자인과 멸망해가는 판타지풍의 세계관이 만나 아름답고 화려하면서도 한편으론 음울하고 질척한 느낌의 고유한 세계를 만들어낼 수 있었다.

 

여기에, 독특한 세계관 설정은 플레이어의 흥미를 충분히 유발한다. 주인공들이 사는 도시 뤼미에르 건너편 아주 먼 바다에 있음에도 똑똑히 보이는 거석에, 페인트리스라는 존재가 마치 카운트다운처럼 매년 100부터 시작해 한살씩 줄어드는 숫자를 적으면 해당 나이 이상의 인간들은 꽃이 되어 소멸하는 고마주를 맞이하게 된다. 이를 막기 위해 뤼미에르는 여명이 남지 않은 이들 위주로 원정대를 편성해 페인트리스를 처단하려 한다.

 


 


인간이 꽃잎으로 변해 죽음을 맞는 건 꽤 극적이다

 

명확한 죽음이 다가오는 세계에서, 본 작품은 삶과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다. 겉으로는 33 원정대가 페인트리스를 막기 위한 처절한 모험담을 그리지만 스토리를 전개해나감에 따라 플레이어가 보게 되는 이야기들은 각각 깊이는 다를지라도 한 번 정도 삶과 죽음에 대해 생각하게 만든다. 물론 그 방식은 꽤나 급진적인 방식이기도 해서, 플레이어의 관점이나 기호에 따라 호불호가 크게 갈릴 수 있는 방식이기도 하다. 아마 깎아먹은 8점 중 일부는 여기에서 잃었을 수도 있다.

 

이런 커다란 이야기 속에 플레이어가 각각의 캐릭터들에 몰입할만한 감정선 연출과 개개인의 서사, 그리고 플레이어가 돌아다닐 땅에서 보게 되는 제스트랄과 같은 고유 종족 등은 단순히 거쳐가는 존재가 아닌 그 매력을 충분히 느낄 수 있도록 구성됐다. 주요 등장인물, 제스트랄과 에스키에 등 매력적인 존재들의 설정, 심지어 적으로 등장하는 네브론들마저 플레이어가 새로운 무언가를 탐험하고 알아가는 느낌을 한껏 안겨준다.

 


 

 

연기는 영어판과 프랑스어판 모두 뛰어나다

 

■ 영향력 굉장한 빌드와 액티브한 전투

 

샌드폴 인터랙티브가 게임을 소개할 때부터 강조했던 부분 중 하나는 플레이어가 파티 내 캐릭터들의 육성을 상당히 자유롭게 할 수 있는 빌드 시스템이었다. 플레이어는 게임의 독특한 시스템인 픽토스와 루미나에 의해 다양한 빌드를 짜볼 수 있다. 픽토스는 일종의 장착 아이템으로 생명력이나 속도 등의 스탯과 함께 특별한 효과들이 붙어 있다.

 

예를 들어 적 처치 시 AP 2개를 얻을 수 있는 픽토스를 장착하고 전투에서 4회 승리하면 해당 효과를 가진 루미나가 생성되고, 이 루미나는 중복해서 다른 캐릭터들이 모두 사용할 수 있게 된다. 루미나를 장착하기 위한 포인트는 게임 플레이로 얻는 아이템을 사용해 늘릴 수 있다. 이 픽토스와 루미나 시스템이 핵심이다. 어떤 효과들을 중첩시켜서 특정 스킬과 조합이 좋게 만들거나, 아예 큰 한 방을 노려서 2배의 딜을 넣는 등 그 빌드 다양성과 효과가 굉장히 뛰어나다.

 


무기에 따라서도 보정 스탯이 크게 달라진다

 


루미나 포인트만큼 루미나를 세팅할 수 있다

 

전투는 처음부터 꽤 플레이어의 반응력을 요구한다. 공격 시에도 사용하는 기술에 따라 타이밍을 맞춰 효율을 늘리거나 실패했을 때 역효과를 받기도 하고, 적마다 다른 공격 패턴을 넣어 패리 및 회피를 통해 안전한 회피냐, 타이밍은 좀 더 빡빡하지만 패리로 강력한 카운터를 하느냐의 이지선다로 시작해 게임 진행에 따라 점프나 그래디언트 패리 등이 추가되면서 점점 더 선택의 폭이 넓어진다.

 

이런 전투 시스템은 턴 기반 게임들의 고질적인 지루함을 줄여주는 대신 반대로 피로감을 높이기도 하나, 게임의 설정이나 난이도 조절을 통해 타이밍 부담을 줄이는 것이 가능해 정말 플레이어가 자신의 입맛대로 적절하게 맛있는 전투를 제조할 수 있다.

 

또한 캐릭터별로 전투 메커니즘도 달라 새로운 캐릭터가 나올 때마다 신선함을 환기해주고, 적들도 매번 새로운 패턴을 가져오는 등 정말 열심히 '슬슬 지루해졌죠? 여기 새로운 겁니다'라며 플레이어의 지루함을 달래는 느낌이다. 그 효과가 있었는지, 매번 새 지역에서 전투를 할 때마다 맞으면 열통이 터지는 엇박과 정박의 향연이 벌어진다.

 


공격, 방어, 명인 태세를 오가는 마엘의 스타일

 


치명적인 공격을 받아낼 수 있는 그래디언트 카운터

 

■ 섬세한 연출에 힘쓰고, 편의성엔 힘빠져

 

클레르 옵스퀴르:33 원정대는 종종 표현되는 '게임의 종합예술성'의 측면을 여실히 보여주는 신작이다. 예술적인 비주얼과 음악, 다량의 컷신과 캐릭터들의 섬세한 감정선 연출, 스토리와 세계관 등은 그런 면모를 여실히 드러낸다. 특히 비주얼과 음악, 캐릭터들의 감정선은 입을 모아 칭찬을 받고 있다.

 

기자 역시 제스트랄 종족을 처음 만났을 때는 늘 있는 있어보이는 개그 종족 정도로 생각하고 심드렁했다가, 그들의 마을로 향한 뒤의 시각이 달라졌고 에스키에와의 만남 이후 에스키에와 마엘의 말 없는 포옹 장면 등에선 그들의 감정선이 대사 없이도 절절히 전달됨을 느꼈다. 컷신이 많은 만큼 '보는' 시간이 늘기는 하지만 이 또한 영상미로 무장해 특정 연출에서는 색과 화면비를 아예 바꿔버리는 등 시각적인 측면에도 힘썼다.

 


 


재미있는 미니게임과 열 받는 미니게임도 많다. 온리업 스타일의 미니게임은 정말…….

 

이런 부분에서는 확실히 흠잡기가 어려운 작품이다. 하지만 그와 반대로 인디 개발사에서도 종종 보이는 특유의 불편한 요소들이 눈에 띄기도 했다. 월드맵에서 빠른 이동을 지원하지 않는 점이나 현재 진행도 등을 보기 어려운 점, 빌드를 강조하면서 스킬과 스탯은 바꾸기 쉽지만 투자한 루미나 상한을 초기화하는 것은 지원하지 않는 부분, 마지막으로 이와는 관계없지만 게임의 컨셉상 지원하기 힘든 길찾기 지원 등은 다소 플레이의 불편함을 준다.

 

루미나 상한 초기화 외에는 그냥 불편한 정도에 그치고, 앞서 언급한대로 다른 부분은 굉장히 훌륭하기에 올해의 수작으로 손색없는 작품이다.​ 

 


적들도 소형, 중형, 대형에 초대형으로 압도적인 스케일을 보여줄 때가 있다

 


잠깐만 33 원정대면 나도 이미 죽

조건희 / desk@gameshot.net | 보도자료 desk@gameshot.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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