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게임=중독 대상'...성남시 공모전 논란

국내 게임업계 60%가 위치한 성남시에서
2025년 06월 15일 14시 18분 21초

성남시가 AI를 활용한 중독예방콘텐츠 제작 공모전을 진행하면서 알코올, 약물, 도박과 함께 인터넷게임을 4대 중독 대상으로 선정해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게임, IT 업계가 밀집되어 있는 판교의 지자체인 성남시이기에 더욱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성남시는 오는 16일부터 8월 17일까지 'AI 공모전'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이번 공모전은 성남시중독관리통합지원센터 홍보, 4대 중독 예방(알코올,약물,도박,인터넷게임), 중독폐해없는 건강한 성남을 주제로, 생성형 AI 기술을 기반으로 영상, 숏폼, CM송 등을 제작하도록 했다.

 


 

이번 공모전 개최 소식에 게임업계는 물론 여당 관계자도 즉각 반발하고 질타했다. 게임이용장애가 아직 국내 질병코드에 도입되지도 않았고, 인터넷게임이 중독의 직접적인 원인이라는 과학적인 근거가 부족하다는 조사 결과가 계속해서 나오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 특히, 국내 게임업체 60%가 밀집되어 있는 판교 테크노밸리를 품고 있는 성남시가 게임을 중독 대상으로 본다는 것에 실망을 넘어 어처구니가 없다는 반응이 주를 이루고 있다.

 

정석희 전 한국게임개발자협회장은 SNS를 통해 "누가 4대 중독 중 인터넷게임을 규정했는지?"라며 "공모전 주최가 게임산업의 도시인 성남시라니"라고 지적했다.

 

남궁훈 아이즈엔터테인먼트 대표는 "게임사들이 밀집한 판교 성남시에서 게임을 4대중독이라고 표현하는 시대 착오적인 발상을 하는 공무원들이 성남시에 있다"며 "그동안 성남시와 친밀감를 갖고 성남시 청소년을 위해 최근에도 게임인재단에서 1억원을 지원하는 등 여러 행사를 함께 했었는데 그만하자고 건의해야겠다"고 했다. 참고로 남궁 대표는 게임인재단을 설립하고 이사장을 맡은 뒤 인재 육성 및 장학 사업, 게임산업 환경개선 등 다양한 활동을 펼쳐왔다.

 

그는 또한 "4대 중독? 인터넷게임? 콘솔 게임은 괜찮은가. AI는 아직은 마약 아닌가? 이왕하는거 성남시 만화책 모아서 화형식도 한번 하라"며 "저런 공무원과 단체가 존재하면서 세금을 좀먹고 있으니 국가 재정이 부족한 것이고, 세금 내는 것에 대한 자부심이 사라지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게임인재단은 입장문을 통해 "게임은 오늘날 전 세계가 주목하는 문화이자 산업이며, 성남시 판교를 중심으로 수많은 창의적인 개발자들이 땀 흘려 만들어가고 있는 미래 산업의 핵심 자산이다. 그럼에도 이번 표현은 마치 게임 자체가 유해한 요소인 것처럼 오인될 수 있어 매우 유감스럽다"고 밝혔다.

 

또 "4대 중독에 게임을 포함해 거론하는 것은 그 근거가 불충분해 공식화된 바 없음에도 불구하고 실제 일부 지자체 공공홍보물이나 현장에서 사용되며, 게임을 중독물질과 동일선상에 두는 인식을 고착화 시키는 문제가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하고 "게임은 중독이 아니다. 문화다"라고 강조했다.

 

김지호 더불어민주당 경기도당 대변인은 "성남시는 국내 게임업계 60%가 집적되어 막대한 세수를 담당하고 있는데, 정작 행정에서는 게임을 '중독' 취급하며 산업을 모욕했다"며 "공모전 내용을 전면 수정하고, 신상진 시장은 공개 사과하라"고 성토했다.

 


 

한편, 지난 5일 한국콘텐츠진흥원은 게임이용자의 행동유형을 5년간 추적한 종단연구인 '게임이용자 패널 연구(5차년도)' 보고서를 통해 게임이용 행동이 지속적으로 문제적 성향을 보이는 비율은 매우 낮게 나타났다고 밝혔다. 특히 세계보건기구(WHO)의 게임이용장애(ICD-11) 기준에 충족한 응답자는 단 한 명도 없었다며 국내 현실과는 맞지 않음을 시사한다고 보고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역시 게임이용장애의 국내 도입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지난 5월 27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더불어민주당 게임특별위원회는 객관적인 근거가 확보되기 전에는 도입을 유보해야 한다는 입장을 공고히 하고 타당성 검증을 위한 중장기 연구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은태 / desk@gameshot.net | 보도자료 desk@gameshot.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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